마이스토리

마이스토리 심리칼럼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되는 심리이야기를 마이스토리가 전해드립니다.

예술치료의 정체성
칼럼니스트 전현태 (의학박사,정신과 전문의) 작성자 마이스토리 윤종찬 대리
예술치료 분야에서 해묵은 논쟁 중 하나는 예술의 위치다. 예술은 치료의 매개체일 뿐이라는 주장(Naumberg)과 예술자체가 치료적이라는 주장(Kramer) 그리고 예술은 매개체일 뿐 아니라 치료적이라는 상당히 원만하지만 정체성이 모호한 주장(Ulman)도 있다. 어떤 개념을 갖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내담자를 바라보는 시선, 평가하는 방식, 치료적인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예술치료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명제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표현적 예술치료자냐 창조적 예술치료자냐’라며 정체를 밝히라는 압박은 없겠지만 자연스레 치료사들 사이에서는 논쟁이나 분파(分派)의 소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선택이 될까. 이런 질문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고리타분하고 전근대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사실 치료는 철저히 ‘흑묘백묘론’에 입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내담자가 좋아지면 그게 최고의 치료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떤 치료가 ‘그냥 한 번 해보니까 좋더라’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치료요인이나 근거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치료 분야에서 임상가와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치료적 시도와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전통적 방식은 뭐가 문제가 있어서 내담자들에게 두루 적용이 안 되나.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답변들이 이어진다. 예술이 정신치료에서 단순한 매개물이냐 그 자체가 치료적이냐 하는 문제도 이런 맥락의 질문이다. 표현적 예술치료든 창조적 예술치료든 내담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짬뽕해서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논쟁은 왜 시작되는가.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내담자는 표현적인 방식을 더 잘 따라오고 어떤 내담자는 창조적인 방식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떤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보이니까 그게 더 우수하다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 그것은 우등과 열등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방식이 내담자에게 맞느냐 안 맞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치료를 할 때 염두에 둬야할 생물학적인 측면은 좌뇌와 우뇌의 차이다. 좌뇌는 언어와 이성, 과학적인 능력 등과 같은 골치 아픈 부분들을 담당한다. 우뇌는 직관, 상상력, 예술적 능력과 같이 다소 재밌는 부분들과 연관되어 있다. 우뇌의 역할에 더 호감을 보이는 이런 나의 태도를 보면 분명 나는 우뇌 편향적인 사람일 것 같다. 만약 카이스트 도서관에 있는 누군가에게 좌뇌와 우뇌에 대해 물어봤다면 이와 정반대의 답변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떤 사람은 좌뇌 편향적이고 어떤 사람은 우뇌 편향적이다. 좌뇌 편향적인 사람은 문제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며 언어적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반면 우뇌 편향적인 사람은 다소 두루뭉술한 접근을 하며 말보다는 몸으로 나누는 정서적 의사소통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의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표현적이거나 창조적인 접근을 한다면 그것은 내담자의 특성은 무시한 채 치료자가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자기중심적인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정신치료는 좌뇌 중심의 사람에게 비교적 효과적이다. 이것은 과거의 시간들에 초점을 맞추고(there and then) 뭔가를 자꾸 해석하려 한다. 무엇을 말할까 머리를 굴려야 하고 내담자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함으로써 병식(insight)을 갖도록 돕는다. ‘이것은 이래서 그랬구나, 저것은 저래서 그랬구나’하고 경험을 언어로 정리해두는데 초점을 맞춘다. 말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치료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이 매개물이 되는 예술치료 또한 이런 전통적인 정신치료 방식을 따른다. 내담자가 표출한 예술적 표현들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내담자의 증상이나 상황을 이해시키려 한다. 내담자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불편한 마음을 줄이고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에서 다소 벗어난 우뇌 중심 정신치료는 이와 다른 길을 걷는다.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을 중요시 여기며 암묵적인 정서(implicit affect)에 초점을 둔다. 말 이외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표정, 말투, 몸짓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상담 시 오가는 말의 내용보다 내담자와 어떤 감정을 갖고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관심을 둔다. 사람은 암시적 학습(implicit learning)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기 때부터 경험하는 수많은 자극들을 뇌 속에 저장한다. 어떤 경험을 기억하느냐는 이후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아이의 뇌는 충분한 성장을 이루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인 기억으로 정리하지 못하지만 아이에게 들어간 모든 자극은 알게 모르게 뇌 속에 남아 평생을 걸쳐 영향을 준다. 엄마가 자주 자리를 비워 어린 시절을 거의 혼자 내버려진 채 자란 여성은 혼자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기억 때문에 결혼 이후 아이나 남편을 곁에 붙잡아 두려고 한다. 어떤 부모는 툭하면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고 짜증을 내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늘 미안해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는 그러한 태도가 이미 자신의 몸 안에 기억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몸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몸으로 배우게 되는 것을 암시적 학습이라고 한다.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에 오가는 전이나 역전이 에도 이런 암시적 학습의 영향이 작용한다. 내담자 입장에서 괜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치료자도 있고 치료자 입장에서 그냥 치료시간에 좀 안와 줬으면 하는 내담자도 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괜히 그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장되어 있던 과거의 경험이 빛과 같은 속도로 마음에 작용하는 것이다. 한편, 치료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암시적 학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치료자와의 작업을 통해서 말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편안하고 좋고 든든한 느낌을 갖게 되면 과거의 암시적 학습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몸에 익힌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을 교정적 감정 재경험(corrective emotional reexperience)이라고 하며 이는 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담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window of tolerance)가 더 넓어지고 다양한 감정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뇌 중심의 정신치료는 말 치료(talking cure)가 아니라 소통 치료(communicating cure)라고 한다. 표현적 예술치료가 전통적인 정신치료를 기반으로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강조한다면 창조적 예술치료는 우뇌 중심의 정신치료를 기반으로 예술 자체의 치료적 효과에 초점을 둔다. 치료자와 내담자가 예술 활동을 함께 하며 안정된 애착경험을 쌓아나감으로써 새로운 암시적 학습을 하는 것이다. 말을 주고받으며 얻는 이해가 아니라 예술 작업을 함께 하면서 얻는 다양한 좋은 기억을 몸에 저장해 두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 오가는 진료실 안에서 보다 움직임이 오가는 예술치료 작업실 안에서 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다시 해묵은 논쟁으로 돌아가 보자. 매개체로서의 예술이냐 치료로서의 예술이냐의 문제는 좌뇌 중심의 정신치료냐 우뇌 중심의 정신치료냐에 대한 논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한 쪽 뇌만 갖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치료사는 그 사람의 특성에 맞는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둘은 논쟁거리가 아니라 정신치료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 중요한 조각들인 것이다.

예술치료의 정체성

칼럼니스트 전현태 (의학박사,정신과 전문의)

작성자 마이스토리 윤종찬 대리

예술치료 분야에서 해묵은 논쟁 중 하나는 예술의 위치다. 예술은 치료의 매개체일 뿐이라는 주장(Naumberg)과 예술자체가 치료적이라는 주장(Kramer) 그리고 예술은 매개체일 뿐 아니라 치료적이라는 상당히 원만하지만 정체성이 모호한 주장(Ulman)도 있다. 어떤 개념을 갖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내담자를 바라보는 시선, 평가하는 방식, 치료적인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예술치료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명제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표현적 예술치료자냐 창조적 예술치료자냐’라며 정체를 밝히라는 압박은 없겠지만 자연스레 치료사들 사이에서는 논쟁이나 분파(分派)의 소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선택이 될까.

이런 질문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고리타분하고 전근대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사실 치료는 철저히 ‘흑묘백묘론’에 입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내담자가 좋아지면 그게 최고의 치료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떤 치료가 ‘그냥 한 번 해보니까 좋더라’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치료요인이나 근거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치료 분야에서 임상가와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치료적 시도와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전통적 방식은 뭐가 문제가 있어서 내담자들에게 두루 적용이 안 되나.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답변들이 이어진다. 예술이 정신치료에서 단순한 매개물이냐 그 자체가 치료적이냐 하는 문제도 이런 맥락의 질문이다.

표현적 예술치료든 창조적 예술치료든 내담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짬뽕해서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논쟁은 왜 시작되는가.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내담자는 표현적인 방식을 더 잘 따라오고 어떤 내담자는 창조적인 방식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떤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보이니까 그게 더 우수하다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 그것은 우등과 열등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방식이 내담자에게 맞느냐 안 맞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치료를 할 때 염두에 둬야할 생물학적인 측면은 좌뇌와 우뇌의 차이다. 좌뇌는 언어와 이성, 과학적인 능력 등과 같은 골치 아픈 부분들을 담당한다. 우뇌는 직관, 상상력, 예술적 능력과 같이 다소 재밌는 부분들과 연관되어 있다. 우뇌의 역할에 더 호감을 보이는 이런 나의 태도를 보면 분명 나는 우뇌 편향적인 사람일 것 같다. 만약 카이스트 도서관에 있는 누군가에게 좌뇌와 우뇌에 대해 물어봤다면 이와 정반대의 답변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떤 사람은 좌뇌 편향적이고 어떤 사람은 우뇌 편향적이다. 좌뇌 편향적인 사람은 문제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며 언어적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반면 우뇌 편향적인 사람은 다소 두루뭉술한 접근을 하며 말보다는 몸으로 나누는 정서적 의사소통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의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표현적이거나 창조적인 접근을 한다면 그것은 내담자의 특성은 무시한 채 치료자가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자기중심적인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정신치료는 좌뇌 중심의 사람에게 비교적 효과적이다. 이것은 과거의 시간들에 초점을 맞추고(there and then) 뭔가를 자꾸 해석하려 한다. 무엇을 말할까 머리를 굴려야 하고 내담자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함으로써 병식(insight)을 갖도록 돕는다. ‘이것은 이래서 그랬구나, 저것은 저래서 그랬구나’하고 경험을 언어로 정리해두는데 초점을 맞춘다. 말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치료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이 매개물이 되는 예술치료 또한 이런 전통적인 정신치료 방식을 따른다. 내담자가 표출한 예술적 표현들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내담자의 증상이나 상황을 이해시키려 한다. 내담자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불편한 마음을 줄이고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에서 다소 벗어난 우뇌 중심 정신치료는 이와 다른 길을 걷는다.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을 중요시 여기며 암묵적인 정서(implicit affect)에 초점을 둔다. 말 이외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표정, 말투, 몸짓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상담 시 오가는 말의 내용보다 내담자와 어떤 감정을 갖고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관심을 둔다. 사람은 암시적 학습(implicit learning)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기 때부터 경험하는 수많은 자극들을 뇌 속에 저장한다. 어떤 경험을 기억하느냐는 이후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아이의 뇌는 충분한 성장을 이루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인 기억으로 정리하지 못하지만 아이에게 들어간 모든 자극은 알게 모르게 뇌 속에 남아 평생을 걸쳐 영향을 준다. 엄마가 자주 자리를 비워 어린 시절을 거의 혼자 내버려진 채 자란 여성은 혼자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기억 때문에 결혼 이후 아이나 남편을 곁에 붙잡아 두려고 한다. 어떤 부모는 툭하면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고 짜증을 내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늘 미안해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는 그러한 태도가 이미 자신의 몸 안에 기억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몸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몸으로 배우게 되는 것을 암시적 학습이라고 한다.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에 오가는 전이나 역전이 에도 이런 암시적 학습의 영향이 작용한다. 내담자 입장에서 괜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치료자도 있고 치료자 입장에서 그냥 치료시간에 좀 안와 줬으면 하는 내담자도 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괜히 그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장되어 있던 과거의 경험이 빛과 같은 속도로 마음에 작용하는 것이다. 한편, 치료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암시적 학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치료자와의 작업을 통해서 말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편안하고 좋고 든든한 느낌을 갖게 되면 과거의 암시적 학습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몸에 익힌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을 교정적 감정 재경험(corrective emotional reexperience)이라고 하며 이는 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담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window of tolerance)가 더 넓어지고 다양한 감정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뇌 중심의 정신치료는 말 치료(talking cure)가 아니라 소통 치료(communicating cure)라고 한다.

표현적 예술치료가 전통적인 정신치료를 기반으로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강조한다면 창조적 예술치료는 우뇌 중심의 정신치료를 기반으로 예술 자체의 치료적 효과에 초점을 둔다. 치료자와 내담자가 예술 활동을 함께 하며 안정된 애착경험을 쌓아나감으로써 새로운 암시적 학습을 하는 것이다. 말을 주고받으며 얻는 이해가 아니라 예술 작업을 함께 하면서 얻는 다양한 좋은 기억을 몸에 저장해 두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 오가는 진료실 안에서 보다 움직임이 오가는 예술치료 작업실 안에서 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다시 해묵은 논쟁으로 돌아가 보자. 매개체로서의 예술이냐 치료로서의 예술이냐의 문제는 좌뇌 중심의 정신치료냐 우뇌 중심의 정신치료냐에 대한 논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한 쪽 뇌만 갖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치료사는 그 사람의 특성에 맞는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둘은 논쟁거리가 아니라 정신치료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 중요한 조각들인 것이다.